드라마

[드라마 리뷰] 폭싹 속았수다 5화 리뷰 (한여름 밤의 만선)

필름위를걷다 2025. 4. 22. 23:47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는 드라마,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5화 리뷰로 찾아왔어요. 이번 회차는 줄거리보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이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배가 떠나지 못하는 섬, 시드는 사람들

관식이는 선장과의 갈등 이후, 섬에서 일거리를 찾지 못합니다. 텃세가 심한 섬에서 탈만한 배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 그렇게 그는 마치 삶의 속도가 멈춘 듯,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져요.

"사람이 시든다. 성실한 소가 일을 못하니 자꾸 시들어 간다."

 

이 말을 들으며 애순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관식의 뒤통수조차, 주워 온 겉절이 이파리보다 더 애달프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쌀이 떨어지는 집, 꾹 참고 웃는 애순

쌀독은 비어가고, 애순은 주인집 할머니에게 쌀을 좀 얻어보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뿐입니다. 그 장면을 어린 금명은 기억 속 깊이 새겨두게 됩니다.

"난 그냥 다 뜨거워. 맨날 뎌도, 맨날 아퍼... 나만 모지랭인가?"

애순이 성장한 금명이와 장을 보며 들려주는 회상 장면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어른이 되는 일의 고단함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맨손으로 뜨거운 밥공기를 집어야 하는 일, 손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살아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누운 자리에서 나누는 진짜 어른의 대화

 

밤이 되어 애순과 관식이 나누는 대화는 그들의 현실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쉼 없이 달려왔던 부부가 비로소 고백하듯 꺼내는 마음. 우리도 그 대화를 들으며 각자의 지난 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배를 사라? 할머니의 ‘큰 그림’

절망 속에서 뜻밖의 희망이 찾아옵니다. 애기 애순이가 너무 가엾었던 할머니는 옛날 국밥집에서 모은 돈을 내어주며 말합니다.

"뭔 돈으로 샀냐고 물으면 복권됐다고 해라."

 

사실 이 모든 건 애순의 엄마 광례가 부탁한 일이었어요.

"지 할머니를 찾아오거든, 한 번만 도와달라. 살다가 살다가 오죽 힘들면 그렇게 찾아오겠냐."

 

자신의 생의 끝자락에서조차 자식을, 그리고 자식의 먼 훗날까지도 걱정하며 애순을 지켜줄 사람을 부탁하는 광례의 말은 시청자의 마음을 뜨겁게 울립니다.


장면 너머로 번지는 감정

이 드라마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닙니다. 5화는 특히 ‘삶’이라는 말의 진짜 무게를 보여주는 회차였어요. 누군가는 쌀을 빌러 다니고, 누군가는 자식 걱정에 죽음을 앞두고도 할머니에게 부탁을 남깁니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로 씻어내고, 콧물로 흘려보내며 살아갑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말하지 못했던,

혹은 말할 수 없었던 우리 내면의 슬픔과 맞닿게 해주는 그런 작품이죠.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더 눈부시다

[폭싹 속았수다] 5화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줍니다. 뜨거워서 잡기 힘든 밥공기처럼, 삶은 늘 쉽지 않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죠.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분들이 “나도 그랬어” 하며 눈물을 훔치는 이유,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