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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3화 리뷰 (예스터데이. "그들의 봄은...")

필름위를걷다 2025. 4. 14. 15:0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더 짙은 감정과 묵직한 시대의 공기를 머금습니다.
그중 3화는 애순과 관식, 두 인물의 첫사랑이 갈등과 오해를 지나 점점 더 깊어지는 순간을 담아내며,
각자의 사정과 상처가 얽힌 인물들의 내면을 한 겹 더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진심이라는 이름의 복잡함

3화는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애순은 관식의 꿈을 위해 일부러 차갑게 등을 돌리고,
관식은 그런 애순의 말 속 진심을 꿰뚫듯 끝까지 그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 선장 상길이라는 인물이 끼어들며 긴장이 고조되는데요.
상길은 부와 지위를 갖췄지만,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오만한 인물로, 관식과는 완전히 대조됩니다.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애순과, 그를 붙잡으려는 관식.
두 사람의 대립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삶의 방향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의 시선

관식은 결국 육지 유학을 결심하고,
배 위에서 애순을 향한 복잡한 감정과 그리움을 눈물로 흘려보냅니다.
한편 애순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선택 앞에서 고뇌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마음속 진심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관식을 향해 달려가지만… 배는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애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관식은 주저 없이 바다로 몸을 던집니다.
물살을 가르며 돌아온 그는, 다시 애순을 품에 안습니다.
이 장면은 그 어떤 말보다 뜨거운 진심이 무엇인지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합니다.


시처럼 흔들리는 마음

그들의 재회 뒤, 관식은 유치환의 시 「깃발」을 읊습니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이 한 구절은 두 사람의 운명처럼 엇갈렸던 사랑을 시적으로 대변합니다.
펄럭이는 깃발처럼 애틋하지만, 언젠가 다시 흔들릴지도 모를 관계의 불안함도 암시하죠.
꿈과 현실,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그림자가 겹쳐 보입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

애순은 집안의 갈등, 경제적 압박, 억압된 사회적 시선 속에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갑니다.
새아버지의 무책임한 약속,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사랑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수많은 손가락질까지.
그녀의 모든 선택에는 뿌리 깊은 고통과 성장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관식은, 오직 애순만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곁을 지키며 이 시대 보기 드문 순정을 보여줍니다.


‘소문’이라는 폭력, 그리고 시대의 그림자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머물지 않습니다.
애순과 관식의 야반도주는 언론의 헤드라인이 되어
단숨에 ‘일탈’과 ‘풍기문란’이라는 낙인이 됩니다.

“제주 오양, 현해탄 건넌 열여덟 순정 — 예의지국 10대 일탈, 이대로 괜찮은가?”

 
그 한 줄의 기사로 인해, 애순은 퇴학당하고 ‘요망한 계집애’로 낙인찍히죠.
그 시절 사회가 여성에게 씌운 도덕의 굴레,
그리고 공동체가 만들어낸 ‘소문’이라는 또 다른 폭력.
드라마는 이 무게 있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감동 그 이상을 남긴 3화

[폭싹 속았수다] 3화는 한 편의 시처럼, 가슴을 울리는 여운을 남깁니다.
꿈을 품은 청춘의 첫사랑, 그 속에서 부딪히는 가족과 사회의 현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죠.
앞으로의 전개 속에서
애순과 관식은 어떤 길을 걸을까요?
그리고 장혜진 배우가 연기할 ‘영란’이라는 인물이 보여줄 또 다른 여성 서사에도 기대가 모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그 시절의 애순과 관식처럼
세상 앞에서 꿈꾸고, 사랑하고, 싸우며 살아가니까요.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