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개봉: 2025.02.28.
국가: 한국, 미국
장르: SF/판타지
등급: 15세이상 관람가
시간: 137분
솔직히 말하자면, <미키 17>을 보기 전까진 큰 기대가 없었어요. 원작 소설 [미키 17]도 개인적으로 별 감흥이 없었고요. 봉준호 감독이 그저 설정만 따와서 마음껏 자신의 세계를 펼치기만을 바랐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생충] 이후 그의 작품들을 보며 느껴왔던 미묘한 이질감도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키 17]은 그 미묘한 거리감을 더 명확히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어요.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결의 작품이랄까요. 재미는 있는데, 깊은 감정의 몰입은 조금 부족했던 그런 영화였거든요.
줄거리 요약: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존재, 미키
‘니플하임’이라는 극한 환경의 행성에서 살아가는 복제 인간 ‘미키’는 죽을 때마다 새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익스펜더블’입니다. 하지만 17번째 미키가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되면서 이미 생산된 18번째 미키와 충돌하게 되죠. 여기서 영화는 복제 인간의 자아와 존엄, 윤리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초반 30분을 ‘설정 설명’이라는 숙제를 수행하는 데 할애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내요. 내레이션의 리듬과 유머를 적절히 활용하고, 사건 중심의 장면들을 완결감 있게 제시하면서 ‘설명’이 아닌 ‘스토리’로 다가오게 하죠.
연출의 미덕과 단점
연출적으로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는 ‘검은 다이아몬드’ 시퀀스였죠. 마샬의 연설과 미키 18의 암살 시도가 교차되고, 크리퍼가 등장하면서 공간 전체가 혼돈에 빠지는 그 장면은 사운드, 미장센, 음악까지 완벽하게 융합돼 있어요. 특히 아이들 합창처럼 들리는 오싹한 배경음은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키 17>은 너무 단순한 대립 구도를 택해요. 마샬은 전형적인 제국주의 악역이고, 크리퍼는 ‘오해받는 원주민’으로 등장합니다. 이 구조는 <설국열차>의 계급 구도보다도 더 단순해서, 후반부 갈등 해소가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졌어요.
주제와 윤리성: 죽음과 자아
<미키 17>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죽을 수 없음’이 주는 역설입니다. 미키는 죽을 수 없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죠. 마지막에 죽음을 허용받고 나서야 인간으로 회복됩니다. 이 설정 자체는 매우 탁월해요. 하지만 영화는 이 철학적 질문을 심화시키기보단, 비교적 단순한 사건 해결로 귀결돼요.
또한 18번째 미키는 자아와 윤리의 통제 밖에서 폭력성을 극단화한 존재로 등장해요. 이 ‘자기 복제체에 의한 체제 전복’이라는 구조는 흥미롭지만, 그 인물 자체의 서사는 빈약해 보여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구조적 아쉬움과 캐릭터의 기능성
[미키 17]은 분명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부분의 완성도에 비해 전체적인 서사 설계는 다소 조각난 인상을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주제를 택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서사적 숙고가 부족해 보여요.
무엇보다 티모나 카이 같은 주변 인물들이 주제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나샤라는 캐릭터만이 마지막에서야 체계 개혁의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간신히 구조적 완결감을 부여해요.
결론: 그러나 여전히 인상적인 작품
봉준호, 여전히 세계가 주목하는 이름.
[미키 17] 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 중 저점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말은 여전히 이 작품이 기본 이상의 만듦새를 지녔다는 뜻이에요. 설명과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잡아내는 연출, 장르적 완성도, 그리고 복제 인간이라는 주제를 유려하게 비주얼화한 능력은 여전하니까요.
다만,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처럼 심리적 깊이와 서사적 밀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던 봉준호 감독의 진면목은 이번 영화에서 다소 흐릿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아쉬운 이유겠죠.
“죽음을 허용받았을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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