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오기 전까지, 이 뒷마당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분턴.
여기엔 밀턴이라는 노인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특별할 건 없어요. 매일 정원을 가꾸고, 새에게 물을 주고, 딸이 가끔 안부 전화를 해오는 정도의 평범하고 조용한 하루.
기억력은 조금씩 흐릿해지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이상해졌다고 말하지만, 밀턴은 그냥... 매일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놀라 뒷마당으로 나가보니, 그곳엔 UFO가 추락해 있었고, 안에는 작은 외계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던 존재가 마음을 움직였다.
외계인을 보고 놀란 밀턴은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딸에게 전화도 해보지만... 다들 믿지 않아요.
그래서 그는 그냥 담요를 덮어주고, 물을 건넵니다. 그렇게 이름도 모르는 외계인은, '줄스'가 됩니다.
줄스는 말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말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밀턴의 삶은 아주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밀턴은 줄스를 집 안으로 들이고, 혼잣말 대신 대화를 하고, 웃게 됩니다.
그 조용한 변화는, 동네 친구 조이스와 샌디에게도 퍼져갑니다.
세 노인은 줄스를 통해, 오랜만에 누군가와 비밀을 나누는 기쁨을 느낍니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느낌, 아무 조건 없이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감정.
누군가와 눈을 마주 본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영화는 그렇게 잔잔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너무도 인간적으로 흘러갑니다.
‘SF 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줄스는 광선총도, 액션도 없어요. 대신, 늙어간다는 것, 잊힌다는 것, 그리고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왜 좋았을까?
사실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어요. 외계인 얘기라길래, 좀 유치하거나 시끄러운 영화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어요. ‘외계인’이라는 낯선 존재가, 오히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더라고요.
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 침묵이 꽤 많은 걸 말해줍니다.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이 어떻게 외로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지—그게 줄스라는 존재를 통해 참 따뜻하게 그려졌어요.
이 영화는 어떤 거창한 SF 영화도 아니고, 큰 반전도 없지만,
마음 한쪽이 쓸쓸한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위로가 되는 영화예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뒷마당에 ‘추락’하고 싶은 줄스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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