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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사판 『릴로 & 스티치』 – 익숙한 이야기 속 새로운 따뜻함, 가족과 함께 떠나는 하와이 여행

by 필름위를걷다 2025. 5. 29.

 

디즈니가 다시금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2002년작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 이 작품은 외계 생명체와 하와이 소녀의 기묘한 우정, 그리고 '오하나(ohana)'—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엮이는 따뜻한 이야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습니다. 그리고 2025년, 디즈니는 이를 실사로 재현해냈습니다. 실사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땐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막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이 실사판은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을 가집니다. 원작의 깊은 감정선을 압축해 보다 직관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낸 덕에,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과장된 유머보다는 작고 소박한 일상에서 웃음을 유도하고, 스티치의 엉뚱한 행동은 아이들의 웃음을, 릴로와 나니 자매의 진심 어린 대화는 부모 세대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실사화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정서의 전달’인데, 영상미와 음악이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물론 원작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릴로는 때로는 기이할 정도로 독특했고, 그것이 캐릭터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실사판의 릴로는 보다 일반적인 아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실사라는 형식에 맞춘 자연스러운 조정이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티치 역시 CG로 구현되면서 원작의 ‘괴물 같지만 귀여운’ 모호한 매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그 속에 담긴 감정을 충분히 전달해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실사화’의 의미를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정서의 재구성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 구조는 원작과 유사하지만, 장면 구성이나 연출은 보다 현실적인 톤을 택하면서도 동화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하와이의 풍경과 지역 문화는 실사판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바다, 바람, 훌라 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따뜻하게 스며들며, 관객에게 마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맺음말


실사판 『릴로 & 스티치』는 원작의 깊이와 기발함을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을 택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가진 미묘한 감정을 정교하게 복원하기는 어렵지만, 그 중심에 있었던 ‘오하나’—가족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어린 시절 이 이야기를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주말 저녁, 가족과 함께 따뜻한 이불 속에서 보기 딱 좋은 영화. 실사판 『릴로 & 스티치』는 그 정도의 가치를 충분히 지닙니다.